아시아는 전 세계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각국은 고유한 전략과 규제 정책을 통해 스테이블 코인의 도입과 활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본, 싱가포르, 한국은 각기 다른 금융 환경과 디지털 자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보이고 있는데요. 본 글에서는 이 세 나라의 스테이블 코인 전략을 비교 분석하며, 향후 아시아 금융 기술의 흐름을 조망해보겠습니다.
일본의 스테이블 코인 규제와 실험
일본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금융 규제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블록체인 및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법제화를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일본 금융청(FSA)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있으며, 특히 2023년부터는 스테이블 코인을 ‘전자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발행 주체에 대해 은행, 자금이체업자, 신탁회사로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하였습니다. 이는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접근 방식입니다.
일본에서는 특히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최근에는 미쓰이스미토모 은행과 MUFG 같은 대형 금융기관이 참여한 디지털 엔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발행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MUFG는 Progmat Coin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일본 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 중심의 전략은 스테이블 코인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민간 기술 기업의 자유로운 실험을 제한한다는 점에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본은 전통 금융기관이 블록체인 기술을 점진적으로 수용하면서 점차적으로 스테이블 코인의 실생활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중입니다. 공공과 민간의 협력 속에서 일본의 스테이블 코인 전략은 안정성과 제도화를 기반으로 한 발전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글로벌 핀테크 허브 전략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핀테크 허브로 자리매김하며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디지털 자산에 대해 비교적 유연하고 친화적인 규제 환경을 조성하며, 스테이블 코인의 글로벌 활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MAS는 2023년 '스테이블 코인 프레임워크'를 발표하며, 발행 자격, 담보 요건, 유동성 보유 규칙 등을 명확히 규정하였습니다.
싱가포르는 민간 주도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지원합니다. 그 예로, 싱가포르 기반의 XSGD(싱가포르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는 이미 다양한 디파이 플랫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국제 송금 및 결제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템세크(Temasek)와 DBS 같은 국영 및 대형 금융기관도 스테이블 코인 관련 블록체인 실험에 참여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범용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전략은 ‘개방성과 혁신 중심’이라는 점에서 일본과 차별화됩니다. 정부는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규제를 선제적으로 설계하고 있으며,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다양한 실험을 장려합니다. 이러한 환경은 국제 핀테크 기업들이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스테이블 코인 서비스를 전개할 수 있게 만들며, 아시아 시장 진출의 거점으로서의 역할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싱가포르는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들과의 연계를 통해 자국의 디지털 자산 정책을 국제 표준에 맞춰 조정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가장 진보된 스테이블 코인 정책을 가진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스테이블 코인 현황과 과제
한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자산 시장을 바탕으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관련 법과 제도가 아직 명확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최근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본격화되며 제도적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스테이블 코인을 별도로 분류하거나 정의하는 법적 근거는 미비합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2024년 이후 스테이블 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에 대한 단계별 규제 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한국 내에서는 은행권보다는 블록체인 기술 기업과 가상자산 거래소 중심으로 스테이블 코인 관련 프로젝트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와, 클레이튼 생태계 내에서 활용되는 KRT(클레이튼 연동 스테이블 코인)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광범위한 상용화나 국제적 활용은 제한적이며, 제도적 불확실성이 투자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루나-테라 사태 이후 한국 사회 전반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신뢰도가 일시적으로 하락하였으며,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위험 방지 차원의 감시와 규제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인식 속에서도 디지털 원화(CBDC)에 대한 연구와 시범 사업은 지속되고 있으며, 중앙은행 주도의 스테이블 자산 도입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한국의 스테이블 코인 전략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제도적 명확성 확보와 민간-공공 협력 모델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향후 법제화가 구체화된다면, 한국도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 싱가포르, 한국은 각기 다른 금융 시스템과 정책 목표를 바탕으로 스테이블 코인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안정성과 법제화를, 싱가포르는 개방성과 혁신을, 한국은 제도 정비와 기술 실험을 중심으로 발전 중입니다. 이들의 접근 방식은 아시아 전체의 디지털 금융 혁신을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발전 방향을 이해하려면 각국의 전략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필수입니다. 지금이 바로 그 흐름을 선점할 때입니다.